못(MOT) 2집- 이상한 계절
 
 

이상한 계절이다. 연못가에서 잠시 목을 축이는 초식동물.
아래는 노천명의 시 <사슴>과, 목이 긴 시인 백석(白石)의 <노루>



사슴 (노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젊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族屬)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鄕愁)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山)을 바라다본다.

 


노루
― 함주시초(咸州詩抄) 2
(백석)
 
 

장진(長津) 땅이 지붕넘어 넘석하는 거리다
자구나무 같은 것도 있다
기장감주에 기장차떡이 흔한데다
이 거리에 산골사람이 노루새끼를 다리고 왔다
산골사람은 막베등거리 막베잠방둥에를 입고
노루새끼를 닮었다
노루새끼 등을 쓸며
터 앞에 당콩순을 다 먹었다 하고
서른닷냥 값을 부른다
노루새끼는 다문다문 흰 점이 배기고 배안의 털을 너슬너슬 벗고
산골사람을 닮었다

산골사람의 손을 핥으며
약자에 쓴다는 흥정소리를 듣는 듯이
새까만 눈에 하이얀 것이 가랑가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