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
 
자고 일어나 거울을 보니 입 안이 쑥대밭이다.
치아가 마치 상한 무를 잘라 아무렇게나 꽂아놓은 듯한 모습이 되어있는 것이다. 앞니 중 하나를 손가락 끝으로 살짝 건드려보았다. 아무런 저항도 없이 쑥 밀리는 것이 조금만 더 힘을 가했다가는 당장이라도 뽑힐 기세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하였으나 그럴듯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원인이 아닐까 하다가도, 치실이며 가글을 동원해 나름 부지런을 떨어온 그간의 행적을 떠올리곤 이내 억울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불현듯 <아, 내가 꿈을 꾸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꿈이 아니라면 치아가 이 지경까지 될 리 만무하다. 나는 애써 확신했다. 그러나 만에 하나 꿈이 아니라면 어쩌지, 꿈이 아닐 수도 있는데..아아..큰 일이구나..그렇게 참담한 심정이 되어 괴로워 할 즈음 잠에서 깼다.

이상하게도 우리는 치아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과 그에 들어가는 비용, 혹은 그와 관련된 이야기에 관대하다. 치료에 기백만원을 들였다던가, 못해도 전세값 하나는 들어갔을 것이라며 무용담을 들려주듯 말하는 이를 볼 때, 혹은 20대 초반의 젊은 연예인이 방송에 나와 임플란트를 한 탓에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등의 이야기를 별다른 망설임 없이 할때마다 나는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치아는 관리만 잘하면 수명이 다할 때까지 그대로 간직할 수 있다고 한다. 깨끗한 치아를 간직한 채로 수명이 다한다는 것은 정말 드물고도 멋진 일일 것이다. 양치질을 하며 <20개의 건강한 치아를 80세까지, 공들인 치아는 무너지지 않습니다>라는 광고문구를 떠올린다. 잘 지어진 카피라는 생각이다. 우리의 치아가튼튼하고 환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좀 더 오래 머물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