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사랑하기
 
EBS FM <김민웅의 월드센터>는 개인적으로 즐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며칠 전에는 신년을 맞아 기획된 코너인듯, 30여년간 '사주명리학'을 연구해온 학자 한사람과 대담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된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사주와 관련하여 그에게 빈번하게 해오는 질문 중 몇가지를 소개하는 순서가 있었는데 그에 따르면 '장차 내가 부자가 될 수 있을지'라는 질문도 매우 빈번한 것 중의 하나라고 한다. 이와 관련한 설명을 하면서 그는 사주에 대한 해석도 해석이지만

"부자인 사람들의 공통점은 기본적으로 그들이 돈을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라는 말을 해 한동안 나를 어리둥절하게 했었다. 얼핏 당연한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 이 말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돈을 사랑한다>는 것이 우리가 인형을, 혹은 시를, 혹은 꽃이나 음악을 사랑하는 것과 같은 일련의 행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 때문일 것이다.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그 밑바탕에 <사랑>이라는 정서를 포함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의 부가 돈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었든 사랑을 넘어선 집착에서 비롯되었든 분명한 것은 그들이 돈을 돌보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애정을 쏟으며 세심하게 관리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대로라면, 어떤 기막힌 운에 의한 것이 아닐지라도 진심을 다해 돈을 사랑한다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해석 또한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이 순간 누군가 나에게 지금까지 얼마만큼 돈을 사랑했는지 묻는다면 나는 아마도 대답하기가 매우 부끄러울 것이다. 돈을 대하는 태도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한번쯤 자문해볼 일이다.

2005.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