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일장춘몽(人生一場春夢)-나는 나의 인형이 꾸는 꿈
 
 
1999년 12월, 그 날은 내 생일이었다. 생일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570-2번 버스에 올랐는데, 내가 앉은 자리의 앞 좌석 등받이에 누군가 낙서를 해 놓은 듯 이 글자들이 쓰여 있었다. 뒷통수를 얻어맞은 사람처럼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이것은 무슨 계시라도 되는가..아니면 농담인가.. 나는 조금 어이가 없어져 혼자 실소했던 것 같다. 가로등에 반사되던 초록색 비닐시트의 생경한 질감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이번 생이 꿈이건 꿈이 아니건, 어찌되었든 나는 다시 생일을 맞는다. 태어났다는 것이 새삼 달가울 리 없겠지만 세상의 '일부'는 아름다우므로 그 일부들의 아름다움에 감사한다.